[Day 9] 2025 유럽 종교개혁 성지순례
페이지 정보

조회 165회 작성일 25-11-12 14:16
본문
밤늦게까지 이어진 이동 일정으로 지혜 자매님을 대신해 일지를 작성하다보니 늘 묵묵히 기록으로 섬겨주신 자매님의 수고를 새삼 깨닫습니다.
수고해주신 자매님과 더불어 기도로 순례의 여정에 동행해 주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성구암송과 예배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 오늘의 묵상 말씀
“여호와의 말씀에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르다.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으니라.”
(이사야 55:8–9)

◇ 순례, 예술, 그리고 신앙: 밀라노에서 피렌체
많은 분들의 기도로 안전히 이탈리아에 도착했습니다.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을 통해 인본주의의 정점이었던 르네상스 시대가 중세 신앙에서 어떻게 분화하고, 종교개혁으로 이어지는지 이해하는 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 역사적 배경: 중세 – 르네상스 - 종교개혁
신앙과 신학이 삶을 지배했던 중세, 종교는 때로 영혼을 비추는 창문이 아닌 빛을 통제하는 벽이 되어 암흑의 시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제도화된 종교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고전 문헌의 복원과 이성, 개인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인문주의(Humanism)가 발전했습니다.
인간이 스스로 운명을 형성할 수 있다는 믿음, 바로 이것이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후, 철저한 인본주의의 이성 중심 사고에 대한 회의와 부패한 교회의 권위에 대한 비판은 마르틴 루터를 중심으로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종교개혁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역사는 늘 현실과 현상에 반응하며 대응합니다.
신 중심의 세계관(중세)이 인간 중심 사고(르네상스)를 이끌었고, 이는 다시 신앙적 자각(종교개혁)으로 이어지며 서양 근대의 문이 열렸습니다.
◇ 밀라노: 인간의 혼란 속 신적 질서
[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 ]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495년부터 1498년까지 그린 '최후의 만찬'을 보았습니다.
예수께서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 말씀하시는 순간을 포착한 이 작품 앞에서, 벽화실의 공기는 숨죽인 기도처럼 고요했습니다.
배신을 예고하면서도 고요하신 예수님과, 각 3명씩으로 나뉘어 파도처럼 흔들리는 제자들의 동요. 이 장면은 마치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다"는 하나님의 선언을 시각화한 듯했습니다.
다빈치는 인문주의적 관찰과 신앙적 경외가 만난 이 작품 속에서, 인간의 혼란을 과학과 미학의 언어로 탐구했으며, 건축적 구조와 원근법을 계산하여 시선을 오직 그리스도라는 단 하나의 초점으로 모았습니다.
인간의 관찰, 그 중심에는 보이지 않는 손, 하나님의 의도와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배신'의 순간이지만 동시에 '부활'이라는 '은혜'의 서막이기도 한 성경적 패러독스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 피렌체: 하늘의 구조를 지상으로
[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
어제 밀라노 두오모가 수백 년에 걸쳐 장인들이 쌓아 올린 인간 기술의 인내를 보여주었다면, 피렌체 두오모의 거대한 돔—1436년에 완성된 브루넬레스키의 걸작—은 그 자체로 신앙의 구조물이었습니다.
밀라노 두오모가 돌을 쌓으며 하늘을 향한 신앙의 인내를 상징한다면, 피렌체 두오모는 하늘의 구조를 지상으로 옮겨놓은 신앙 그 자체인 듯했습니다.
문득 인간이 신의 자리를 넘보려 한 것이 아니라, 신의 질서를 모방하며 배워온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순례의 깨달음: 이성과 믿음의 길 위에서
다빈치의 제자들처럼, 우리도 삶의 순간순간 불안, 침묵, 혹은 이해하지 못한 채 흩어짐으로 반응합니다. 그 혼란 한가운데, 예수님의 고요한 중심이 우리를 다시 불러 세웁니다.
“나와 함께 식탁에 앉은 유다조차도 내가 사랑한 자다.”
신앙은 인간의 한계를 넘게 하고, 과학은 그 한계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탐구하게 합니다.
최후의 만찬 앞에서 우리는 신앙과 이성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비추는 거울임을 보았습니다.
인간의 생각은 제한되어 있지만, 하나님은 그 제한된 생각을 통해서도 자신을 계시하신다는 것을.
신앙의 순례는 단지 교회의 역사를 밟는 여정이 아니라, 인간의 탐구 속에서도 하나님의 흔적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하나님은 신앙의 세계뿐 아니라, 예술과 과학, 사유의 세계 속에서도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우리는 유럽 순례의 길에서 사람들의 역사와 발자취를 통해 신실하신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이해하며 배워나갑니다.
지나온 역사와 전통 속에서 배우고,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적 상황을 반추하며,
앞으로 우리와 다음 세대들이 그려갈 미래의 초석을 놓는 비전을 꿈꿉니다.
기도 부탁드립니다:
내일은 로마를 향해 갑니다. 콜로세움(훌라비오 극장), 도미틸라 카타콤(15km), 사도 바울이 참수당한 트레 폰타네를 보며
고난과 은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하나님의 전 우주적 섭리의 한 부분을 배우며 풀어나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일정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하며, 감사 인사드립니다.
P.S. 순례에서 만난 건축물이나 예술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3월 순례에 참여하시면 들으실 수 있습니다.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 유럽 순례, 2026년 3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 이전글[Day 10] 2025 유럽 종교개혁 성지순례 25.11.12
- 다음글[Day 8] 2025 유럽 종교개혁 성지순례 25.11.10
댓글목록

SeanMoon님의 댓글
SeanMoon 작성일
아멘, 얼마나 깊고 은혜로운 순례의 여정인지요.
지혜 자매님 대신 기록을 남기신 섬김 속에서도,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섬겨주신 지혜 자매님의 수고가 더 깊이 느껴집니다. 두 분 모두 귀한 손과 마음으로 공동체를 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앞에서 묵상하신 “하나님의 길과 생각이 우리의 것과 다르다”는 말씀(사 55:8–9)이 오늘 제 마음에도 깊이 울립니다. 흔들리는 인간의 감정과 이해를 넘어, 고요히 중심을 잡고 계신 예수님의 모습처럼—우리의 순례도 결국 주님이 중심에서 붙들고 계시는 여정임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내일 로마에서 마주할 고난과 은혜의 자리들—콜로세움, 카타콤, 트레 폰타네—그 모든 곳에서 성령께서 여러분 한 분 한 분을 깊이 만나주시고, 말씀과 묵상이 더 큰 은혜로 이어지기를 중보합니다.
계속 기도하며 함께합니다.
승주찬!

이시은님의 댓글
이시은 작성일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에서 눈이 한참 멈추어 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흔적을 찾아가는 길에서 우리의 길보다 우리의 생각보다 높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밀라노 피렌체의 사진들에 새누리 비젼센터도 오버랩이 되면서 인본주의의 산당을 찍어내린 종교개혁의 결단이 지금 우리에게도 계속되길 소망합니다. 로마로 가는 여정도 안전하게 지켜주시고 순례팀의 영육강건을 위해 계속 기도합니다! 승주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