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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땅밟기 - 넷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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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봉기
조회 1,833회 작성일 19-03-3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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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땅밟기 - 넷째날

 

   글: 이봉기

사진: 정해나

 

 

 

 

오늘의 새벽은 숙소 주변의 회교사원들에서 울려나오는 기도방송 소리에 깨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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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들레헴 (Bethlehem)


히브리어로 Beth-라는 접두사는 '집'을 뜻하고 Lehem은 '빵'을 뜻한다 하니 베들레헴은 '빵집' 정도의 뜻을 가진 곳이다.
베들레헴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듯이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곳이다.

그 이전에는 다윗왕이 태어났고 그 이전에는 룻과 보아스의 사랑이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West Bank 지역에 속해 아랍권인 팔레스타인 자치령으로 무슬림들이 살고 있다.

West Bank 안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만들어 놓은 8미터가 넘는 높다란 콘크리트 장벽에 의해 고립이 강요되고 있고 장벽을 경계로 하여 긴장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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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를 보기 위해 밀려드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겉으로는 웃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억압과 증오와 반목이 살아 숨쉬는 땅.

지금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압제하고 있는 이곳에는 이천년 전 로마인들에 의해 유대인들이 핍박받았던 아이러니가 역사를 관통한다.

 

 


핍박받던 민족이 핍박을 가하고 있는 모순된 역사의 현장을 목도하면서 이천년전과 변함없이 지금도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해져야 하는 안타까운 땅의 현실이 우리들의 심령을 아프게 한다.
이 땅을 한걸음 한걸음 밟고 있는 우리들의 발길이 이땅에 겸손하게 오신 예수님의 발걸음처럼 이 땅을 사랑하고 축복하는 걸음이 되기를 기도하였다.

 


• 목자기념교회
샌프란시스코공항을 떠날 당시 성경의 사건들이 이루어진 장소들을 직접 본다는 기대감이 막연한채로 비행기를 탔었지만 막상 와서 본 "성지"들은 기대 이상의 영향을 선사해 주었다.

이천년의 시간동안 사람들이 덕지덕지 짓고 붙여놓은 건물들과 장식들로 인해 예수님 당시의 모습을 잃어버린 예루살렘의 장소들을 보는 마음은 안타까왔지만 이천년간 변하지 않은 땅과 물과 하늘은 그 가운데 걷고 행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려 주었고 어느덧 우리들은 그 곁에서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수님께서 보고 계셨을 풍경을 보고 예수님을 곤하게 했을 긴 걸음을 같이 걸으니 환경에 구속된 인간의 한계를 같이 짊어지고 행하신 그 은혜가 감격스러웠다.


그러한 가운데 '목자기념교회' 앞에 펼쳐진 베들레헴의 구릉과 들판은 더욱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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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밤중 별을 보고 예수그리스도의 나심을 처음 목격했을 목동들의 모습을 떠올리니, 수전절의 밤에도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들판에서 양을 치고 있어야 했던 당시의 가장 소외된 자들이었던 양치기들에게 가장 먼저 모습을 보이셨던 예수님의 겸손함에 가슴이 먹먹하다.

 

손목사님께서 나직히 캐롤을 부르기 시작하셨다.


"저 들밖에 한 밤중에~". 뜨거운 중동의 뙤약볕 아래에서 우리들은 때아닌 캐롤을 불렀지만 이 공간과 상황에서 그보다 어울리는 찬양은 떠오르지 않았다.  "저 들밖에"가 바로 눈앞의 저 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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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떼들만 곁에 있는 외로운 밤에, 빛나는 별을 보고 주님의 나심을 처음 목격한 목동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윽고 목동기념교회를 둘러보았다.

양치는 목동들이 별을 보고 구유위에 나신 아기예수를 뵙는 장면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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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베들레헴 이곳의 풍경은 이 곳에서 예수님이 태어나시는게 당연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것이 현장의 위력인가...


이스라엘에서의 20년이 넘는 삶을 통해 어느덧 터줏대감의 경지에 오르신 이강근선교사님의 설명은 이곳에 너무나도 많게 느껴진 '기념교회'들에 대한 관점을 다르게 만져 주셨다. 주 후 유럽에 복음이 전해지면서 많은 유럽순례자들의 걸음이 이스라엘을 향했다 한다.

여정은 대개 3개월 이상이 걸렸고 위험하기도 해서 재산을 모두 정리하고 유서를 써놓고 오는 이들도 많았다.
무사히 성지순례에 성공한 이들 중 상당수는 귀국을 포기하고 눌러앉아 수도사 생활을 시작하였고 이들이 모이면서 수도원이 형성되고 유명한 성지에는 기념교회가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하나님을 섬기고자 모든 삶을 내려놓고 그 먼땅에서 걸어와서 영적인 갈구를 채우고자 했던 이름없는 순례객들의 열심과 헌신을 다시금 되뇌었다.


나는 삶속에서 어떤 순례자로 살아야 할까...

 

 

 


 
• St Saba Monestery


목자기념교회를 나와 베들레헴 어귀에 버스를 세우고 기다려 탄 조그마한 셔틀버스가 좁고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성 사바 수도원'.
예루살렘에서 감람산과 예루살렘성 사이를 가르고 있던 기드론골짜기가 이어져 어느덧 이곳에서는 더욱 거대하고 깊어졌다. 

거대한 골짜기의 한쪽 꼭대기의 벼랑턱에 천연의 지형을 이용하여 지어놓은 그리스정교회의 수도원인 이곳에는 지금도 자신의 모든 삶을 바쳐 수도중인 수도사들이 살고 있다 한다.

바라보는 곳이 같은 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삶의 자세에는 예수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봐둬야 할 부분이 있음이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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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드론 골짜기 너머로는 사해로 이어지는 황량한 유대광야가 펼쳐져 있고 천길은 되어 보이는 깊은 골짜기 바닥으로는 소량의 냇물이 흐르고 있다.

골짜기 아래는 햇빝도 잘 들지 않아 대낮인에도 실로 음침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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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이 시편 23장에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라고 고백하였던 것은 이 기드론 골짜기를 누비며 양을 몰고 다녔을 다윗의 경험에서 나왔음이리라.

울퉁불퉁하고 어두운 골짜기에서 걷는 이에게 지팡이는 얼마나 든든하고 미더웠을까...
 

 

 

 


• 라그바오메르


성사바 수도원을 나와 종교인마을로 향하니 웬만한 마당에서 특이한 검은 복장과 검은 모자를 쓴 남자들이 정수리에 키파를 쓴 어린 남자아이들과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모닥불 주위를 돌고 있다.

이강근선교사님 설명하시기를 "라그바오메르" 행사라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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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절 지나 33일 후 모닥불을 피우고 감자를 구워먹는 행사라 하며 많은 일들이 벌어진단다.

남자아이들은 생 후 3년이 지난 라그바오메르 때 처음으로 머리를 깎는데 그 자른 머리칼을 모닥불에 태우고 남자아이들에게 처음으로 키파를 씌운다 한다.

처음으로 과자를 꿀에 찍어 먹으며 인생의 달콤함을 깨우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고...

 

 

 



• 종교인 마을


예루살렘의 Grand Court Hotel 맞은 편 거리부터 시작되는 메아샤림 지역의 "종교인마을".
'종교인'들이 모여 살고 철저한 유대율법만을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들이 있는 세상과 동떨어진 마을이다.

'종교인'들은 모두 남자들이고 오로지 유대적교리와 율법만 배우고 철저히 유대교적 가르침대로만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일단 복장부터 뚜렷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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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와이셔츠, 검은 자켓, 검은 바지에 검은모자로 특징지어지며 옆머리를 길러서 양쪽 귀앞으로 길게 늘어지게 했고 수염을 길렀다.
그들은 직업이 없이 정부의 보조를 받으며 가난하게 살고 있단다.

안식일과 613개의 계명을 철저히 지키며 하루에 세 차례 씩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연구하는 것이 이들의 직업 아닌 직업이다.

종교인의 신분은 자녀에게 대개 세습이 되며, 자녀는 많이 낳는 특징이 있다 한다. 10명 정도도 우습게 낳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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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랍비는 종교인과 신분이 다르다.

랍비(Rabbi, 율법교사)의 자격을 얻기는 쉽지가 않다.

랍비는 종교인 중에서 5개 국어를 구사해야 하고 여러 번 시험을 쳐서 합격을 해야 자격이 부여된다.

따라서 랍비를 많이 배출한 가문일수록 명문가가 된다고 한다.


이들 종교인들은 이방인이나 여성과 대하는 것을 금기시 한다 하는데, 길을 가다가 마주친 일부 종교인들은 이방인인 우리 일행중의 절대 다수가 자매님들이기에 노골적으로 우리 일행을 향해 뭔지 모를 욕을하고 바닥에 침을 뱉기도 했다. 예전에는 사람을 향해 뱉기도 했다고...
그 상점의 주인일 듯 싶은 어느 종교인은 웃으며 우리 일행을 맞이하여 당근주스 29잔을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지만 다수의 여성으로 이루어진 우리 이방인 일행을 대하는 종교인들의 태도는 대동소이 하였다.

여자들과 이방인에 관대하시고 사랑하셨던 예수님의 행적이 얼마나 파격이었는지를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 같은 이스라엘 사람들이니까 비슷하려니 생각했던 몰상식이 자각되어 당황스러웠다.

유대교인들이 오히려 무슬림보다도 멀게 느껴졌다.

 

어쩌면 유대인들은 전도가 가장 어려운 미전도 종족일지도...
 

 

 

 


• 베들레헴 "탄생교회"


- 점심식사를 마친 후 어쩌면 오늘의 하이라이트일 "탄생교회"로 향했다.
첨탑 위에 초생달이 걸려 있는 많은 이슬람회당들이 서 있는 거리를 지나가니 관광객만 바라보며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상점들이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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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 없이 눈에 띈 스타벅스가 신기하여 자세히 보니 간판은 "Stars & Bu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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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꼭대기에 아르메니아 십자가, 그리스정교회십자가와 가톨릭십자가가 나란히 서있는 곳은 "탄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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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태어나신 구유가 있던 동굴집터에 지었다는 기념교회이다.

페르시아의 침략시 수많은 기념교회들이 파괴되는 와중에도 탄생교회만은 건재하였다는데 그 이유가 흥미롭다.

교회 안에는 페르시아 복장을 한 동방박사들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있는데 이를 본 페르시아군이 조상의 그림이 있는 곳을 파괴할 수 없다 하여 놔두었다는 것.

교회안에 들어서니 높고 긴 홀이 펼쳐지고 저 끝에는 많은 그림들과 번쩍이는 금속장식물들이 걸려 있다.
장엄하게 서있는 돌기둥들에는 뭔가 역시 그림이 그려져 있는 듯 한데 검은 무언가가 덮여 있어 흐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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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또 터진 이선교사님의 이야기 보따리...

이 탄생교회는 종교사적 가치가 어마어마한지라 관리도 그리스정교회와 아르메니아교회가 나누어서 하고 있다 한다.

매년 성탄절 전날에는 대청소를 하는데 얼마전에는 양교회측간에 청소를 하다 말고 패싸움이 벌어졌다 한다.
교회의 천정은 그리스정교회측이 청소하고 바닥은 아르메니아측이 하는데 바닥을 열심히 청소해 놓은 상태에서 레바논백향목으로 만들어진 천정을 청소하다가 떨어진 오염물들이 청소가 끝난 바닥을 더럽히는 바람에 양측이 시비가 붙어 패싸움이 벌어졌다는 것.

청소도구를 들고 싸우는 모습은 "Bethlehem fights"로 유튜브에도 올라 있다 하여 또다시 웃음을 참아야 했다.

( http://www.youtube.com/watch?v=5RnVfXFd5MU )

그리고, 천정과 바닥의 중간에 있는 기둥들은 발언권을 높이고자 서로 책임을 맡겠다는 이견이 충돌하여 누구도 청소할 엄두를 못내 촛불의 그을음으로 더럽혀진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상태란다.

인간의 죄된 본성은 이 성스러운 장소안에서조차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한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나신 곳에 와 있다는 감격이 더하니 웃기고 슬프고 기쁜 복잡한 감정이 가슴속을 헤엄친다.
줄에 서서 이런 저런 나지막한 수다를 나누며 한시간 남짓이 지나니 드디어 줄의 앞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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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황한 장식들과 그림으로 둘러싸인 문을 지나 내려가니 키 반만한 굴 속에는 구유대신 바닥에 14각형의 별모양 장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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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태어나신 곳이라니 그런가보다 했다.

만일 그 구유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사람들이 가만히 두지를 않았을 것은 자명하다. 구유의 우상이 금장식을 쓰고 놓여 있었으리라.

성궤, 성배, 구유 등등... 실체가 궁금한 성스러운 물체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는데 만일 하나라도 남아 있었으면 사람들이 뭘 하고 있을지는 불보듯 하다.

이러한 것들을 남겨 놓지 않으신 하나님의 뜻의 한켠을 알 것도 같다.


구유가 그 자리에 있던 없던 예수님께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것은 진리이기에...


탄생교회를 나와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창 밖으로 보이는 베들레헴의 풍경은 구원역사의 커다란 한 장이 시작된 곳으로서는 이천년전에도 그랬듯이 여전히 겸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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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 후 오늘의 예배를 위해 다시 모인 우리들은 찬양과 기도를 마치고 손경일목사님의 말씀에 이어 김태일목사님의 말씀을 들었다.

말씀을 듣는 가운데 목자들의 들판에서 느꼈던 감격이 더욱 명료하게 회상되었고, 로마서 11장 11절에 나온 바울의 고백과 같이 구원이 이방인에게 이르러 이스라엘로 시기나게 함이라는 말씀을 붙잡고 종교인마을에서 본 유대인들을 생각하며  이들의 복음화를 기도하였다.

 

 

내일은 예수님의 전성기 활동의 무대가 된 갈릴리에 간다.

 

갈릴리바다에서 살아 숨쉬고 있을 예수님의 행적을 기대하며 하루를 정리한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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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윤기님의 댓글

백윤기 작성일

매끄럽고 현장감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글, 그리고 프로작가의 사진들 - 이거 여기 California 에 있어도 가본 것과 다름 없습니다.  체험하시는 은혜와 현지의 느낌을 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마치 연속방송극을 보듯, 다음 횟수가 벌써 기다려집니다!


건강히 계속 순례여정을 가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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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young Kim님의 댓글

Jeeyoung Kim 작성일

우와! 역시 이봉기 형제님.


이스라엘 순례 가이드의 종결자라 불러드리고 싶습니다. 


사진과 글을 읽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다 Stars & Bucks Cafe의 사진 앞에서 빵 터졌네요. 커피는 맛나던가요?


내일은 갈릴리. 정말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