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멘 9기 - 화요일 저녁반 - 끈질김 - 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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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4회 작성일 26-01-0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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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오랜 투병 생활을 통해 우리 가족이 오랫동안 겪고 있는 문제들로 인해 무력감이 극에 달해 있던 터라, 책의 제목인 ‘끈질김’이라는 단어가 묘하게 눈에 들어왔다. 기도의 응답에 대한 소망조차 희미해진 상황에서, 내 힘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아보고자 하는 기대도 섞여 있었다.
책에서 말하는 은혜의 개념은 나름의 유익이 있었다. 은혜를 인간의 의지가 바닥났을 때 외부에서 공급되는 실제적인 동력으로 정의한 점은 현재 내 상태에 필요한 논리였고, 내 힘이 아닌 하나님의 힘을 빌려 써야 한다는 부분이 새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읽는 내내 지우기 힘든 불편함이 따랐다. 특히 그리스도인이 비신자들보다 항상 우월해야 하며, 그들을 지배할 만큼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믿음의 결과가 반드시 세상적인 우월함이나 눈에 보이는 성공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형편에 처하든지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 안에서 자족할 수 있는 상태야말로 진짜 은혜가 아닐까? 신자가 무조건 유능해야 하고 세상의 머리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자칫 오만한 선민의식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또한 리더십의 자리에서 비껴나 있거나 세상적으로 대단한 결과를 내지 못하는 신자들에게는 또 다른 박탈감을 줄 뿐 아니라, 결과만을 신앙의 척도로 삼는 잘못된 잣대를 만들어 줄 가능성이 있다.
더욱 모순적인 것은 저자가 강조하는 치유의 공식이다. 저자는 믿음으로 기도하면 반드시 치유나 해결이 일어나야 한다고 보지만, 나는 '치유되지 않음'이나 '해결되지 않는 고난' 또한 하나님의 주권적인 계획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렇게 믿기를 소망한다). 물론 예수님의 전지전능하심을 믿고 기도하면 반드시 들어주신다는 확신으로 간절히 기도함이 옳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응답이 없는 침묵의 시간, 혹은 나의 간구와는 다른 응답 역시 하나님의 뜻일 수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를 성경 말씀과 반대되는 타인의 경험이라 언급하고, 그저 그 사람과 하나님의 문제라고 단정 짓는 것은 자칫 당사자의 신앙에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를 줄 수 있다.
특히 타인이 치유받지 못한 실패의 경험을 내 인생으로 가지고 오지 말라는 조언이 묘하게 불편했다. (물론 저자의 의도를 다 이해하지 못한 나의 오해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하나님의 능력을 의심하지 말라고, 내 신앙이 이로 인해 흔들리지 않기를 조언하는 것이겠지만, 왠지 이런 경우는 외면하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진정한 믿음은 보고 싶은 결과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치유되지 않는 현실과 응답 없는 기도 앞에서도 하나님 그분 자체를 신뢰하며 묵묵히 그 길을 가는 것이라 믿는다.
결국 이 책은 나에게 절반의 수용과 절반의 거부로 남았다. 숙제로 시작한 독서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내 신앙의 태도를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보겠다는 끈질긴 태도(영적인 무장과 훈련)에 대해서는 삶에 적용할 수 있겠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승리나 결과 중심의 믿음은 걸러내려 한다. 내 상황이 당장 기적처럼 변하지 않더라도, 그 결과와 상관없이 하나님을 신뢰하며 포기하지 않을 힘을 주시길 간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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