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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로스 15기 '래디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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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지영
조회 68회 작성일 25-11-1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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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디컬을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컸다. 모든 것을 버리고 순종하라는 메시지를 나는 예전부터 불편하게 여겼다.

아버지의 장사도 지내지 말고,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당장 따르라던 성경 말씀을 한번도 나는 이해한 적이 없었고, 그래서 이 구절들을 읽을 때면 마음이 불편했다.

'아무리 하나님 나라가 좋다지만 부모-자식 간의 도리를 저버리고, 나의 생계를 버리고 아무 준비 없이 예수님을 따르라니, 최소한의 준비는 하도록 해주셔야 하는거 아닌가? 예수님 참 각박하시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래디컬은 이런 나의 마음을 조금은 바꾸어 놓았다. 마냥 불편해하기만 하고 그 이유는 찾을 생각이 없던 내게, 이 책은 나의 불편감은 나의 불순종에서 오는 것임을 알려주었다.

래디컬에서 목사님은 중국 시크리 처치에서 하나님을 알고싶어하는 신도들에게 몇날 몇일에 걸쳐 복음을 전했다. 그 열정은 뜨거웠고, 신앙은 커져갔고, 그들은 하나님을 더 알기를 갈구했다.

나는 그들의 뜨거운 믿음이 신기하고, 부럽고, 또 질투가 났다.

미지근하게 이어온 나의 신앙이, 하나님과 나 사이엔 늘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뜨거워지기 전엔 이리저리 핑계를 대고 신앙에 브레이크를 거는 나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정부에 발각되면 자칫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예수님을 갈망하는 그들의 간절함은 정말 래디컬했으며, 모든 것을 버리고 순종하는, 어찌보면 무모한 그들의 신앙 생활은 나는 절대 하지 못할 (혹은 않을) 것이었다. 내게는 불순종이 기본값인지라, 그들의 무조건적인 순종의 모습이 나에겐 불편감을 초래하였다.


또 래디컬은 나의 신앙이 얼마나 이기적인지를 알려주었다.

책에서는 많은 이들에게 '왜 하나님을 믿습니까'라고 물으면 많은 이들이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라고 답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하지 않은 답변이다. 나도 그렇게 답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래디컬에서 읽은 다음 문장에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이기적인 대답이며, 우리의 대답은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여야 한다는 것이다.

신앙생활을 해온지 꽤 오래되었지만 나를 포함 내 주변 아무에게서도 저 대답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아무래도 저런 생각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다'는 이 말 때문에 나의 모든 기도제목이 하나님께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기도인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언제 하나님을 찬양하는 기도를 올린 적은 있던가?

어디서부터인지 잘못 꿰어진 믿음의 단추로 인해 나는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 라는 사실에만 집중하고, "내가 하나님을 사랑한다" 라는 당연한 조건은 등한시 하였다.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최우선이 된다면, 당연히 모든것을 버리고 주를 따를 수 있고, 당연히 나의 기도는 찬양으로 넘쳐날 것이다.

나의 불순종은, 즉, 내 모든것을 내려놓고 주님을 따르지 못하는 그 이유는,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는 만큼 나도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걸 깨닫지 못해서는 아닐까?


나는 선교는 나의 달란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잠자리와 조금이라도 더러운 화장실에 치를 떠는 예민한 내게는 선교의 은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선교 헌금을 냄으로서, 또 나는 선교에 필요한 재능 (미술, 음악, 체육, 의료)이 없다는 변명을 하며 선교를 가지 않는 비겁한 나의 마음을 숨겨냈다. 선교를 열심히 후원하고 매년 선교를 떠나는 우리 교회에 또 '주변 공동체를 먼저 살펴야 하는거 아닌가?' 라는 불만도 사실 갖고 있었다. 

그러나 래디컬에서는, '저마다 은사가 다르고, 재주가 다르고, 열정이 다르고, 하나님의 부르심이 다르지만 소명을 서슴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다들 소명과 달란트가 달랐지만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선포하는 역할을 서슴없이 받아들였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다 성령을 갖고 있는 이유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공동체에 먼저 신경써야 한다는 나의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믿지 않는 이들이 내 공동체 안에 있든, 저 멀리 타국에 있든, 우리는 그들 앞에서 '빚진 자'이며, 하나님의 잃어버린 양에게 갚아야 할 채무가 있는 것이며, 그들에게 복음을 전파해야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래디컬 책을 읽기 전 줄거리를 먼저 읽었었는데, 그 때는 내가 과연 이 책을 읽고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급진적으로 화끈하게 믿음 생활을 하라는 내용이 나와 현대 정서와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급진적인, 무조건적인 순종 및 복음을 전파해야 하는 의무에 대한 이해가 생겼으며 반항하던 마음도 조금 누르러졌다.

나는 모태신앙이지만 아직 나의 믿음은 새싹과 같다고 여기고 있어 내가 언제 급진적인 레벨의 순종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도 살면서 한번쯤은 주님께서 내려주신 소명을 알게 되고 앞뒤 따지지 않고 순종하게 되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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