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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사이플 15기 목요일 저녁반 – 양준모 포이맨님] 케노시스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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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은정
조회 253회 작성일 25-12-1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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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다니며 마음 한켠에 답답함을 최근 많이 느꼈었다. 그 답답한 주제는 사람들이 듣기에 불편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오랫동안 삼키고 외면해왔던 것이었는데 이 책은 주저하지 않고 그 문제에 대해 직언한다. 그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묘한 통쾌함을 느꼈다. 아무도 쉽게 하지 못했던 필요했던 말들을 대신 해주는 느낌이었다.

사랑에는 여러 형태와 모습이 있다. 고린도전서에서 말하는 사랑, 즉 오래 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않고 모든 것을 견디는 사랑이 그렇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고린도전서의 이 사랑은 가끔 너무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현실의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이렇게 적용하는게 맞는 것인지 막막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매우 현실적이다. 현대 교회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잘못된 방식들로 인해 교회가 병들어가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현대 교회의 모든 공동체가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초반부에서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사랑하는 태도로 권면, 위로, 교제, 긍휼, 자비를 이야기한다. 모두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권면’을 강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이 ‘권면’이 내가 오랫동안 말하지 못해 마음이 답답했던 이유라는걸 알게되었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는 권면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권면을 하지 못할까. 나는 그 이유가 지나치게 강한 우리의 자아에 있다고 생각한다. 신앙생활의 목적 중 하나는 자아를 깎아내리고 하나님을 품는 것인데 공동체 안을 들여다보면 자아가 강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나 오래한 사람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믿은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능력이나 부유함 같은 세상적 기준으로 자아가 강하고, 오래 믿어온 사람들은 자신의 사역과 신앙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드러내려는 자아가 강하다.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공감했던 문장은 이것이다: “예수를 믿으면 제일 먼저 자아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왜 우리는 ‘나’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은 원하면서 디모데처럼 ‘바울’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은 원하지 못할까.

나는 현대 사회의 구조 역시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이 경쟁이었음을 알 것이다. 모든 것이 등수로 매겨지고 심지어 부모로부터도 ‘엄친아’, ‘엄친딸’과의 비교를 당한다. 미국 사회 역시 다르지 않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자신의 능력과 성취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인정받고 살아남을 수 있는 문화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애써온 존재들이고 그 인정을 받았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행복이 얼마나 큰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인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 있다. 자아가 크던 작던 우리는 모두 죄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온전히 깨끗할 수 없다. 우리가 이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점은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정작 자신의 죄는 잘 보지 못하면서 타인의 죄는 비교적 쉽게 발견한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죄의 문제에 있어서는 제3자가 더 객관적일 때가 종종 있는 것 같다. 단, 다른 이의 죄를 발견한 뒤에 조심해야 할 것은 판단과 정죄 대신, 우리는 사랑의 권면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권면을 할 때에는 상대를 배려하며, 비난이나 탓으로 들리지 않도록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누군가 나를 권면할 때에도 기분부터 상하기보다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권면을 받아들일 때, 그것이 합당한 권면인지 아닌지를 분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권면은 처음에는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불편함, 곧 comfort zone을 벗어날 때 진정한 성장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마치 우리 자신이 하나님의 ‘바울’이 될 수 있을 것처럼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열심을 내기보다는 하나님을 섬기는 일 자체에, 그리고 인간인 바울을 섬기는 일에도 기쁨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 모두 예수님처럼 영광의 자리와 화려한 자리를 피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 머물며 가난한 마음으로 살기를 소망한다. 그 비움, 즉 케노시스 속에서 하나님이 높임을 받으시고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진정한 기쁨과 평안을 우리가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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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님의 댓글

양준모 작성일

빌립보서 2:3-4을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