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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다사이플 목 저녁 - 양준모 형제님 - 케노시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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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현규
조회 32회 작성일 25-11-2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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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워야 성령님이 채우실 공간이 생긴다.”


2025년 11월 23일. 저를 포함한 직원 4명의 월급날이 코 앞에 다가왔습니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통장을 쳐다보기가 두렵습니다. 대략 얼마가 남았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 모니터 너머로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월급을 전부 주지 못한 채 이 벼락치기 같은 스타트업이라는 모험이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어떤 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목사님이 말씀하십니다. “아무것도 두려워 하지 마십시오. 살아내십시오. 살아집니다.”


두려워 하진 않습니다. 이미 과거에도 몇 차례 그렇게 죽을 뻔 했을 때 살려주셨던 하나님이셨기 때문에 이번에도 하나님의 방식대로 살려주실 거라 믿습니다. 설령 제가 원하는 형태대로 살려주지 않으신다 하더라도 말이죠. 마침 한국으로 넘어오는 에어프레미아 비행기 안에서 읽었던 ‘케노시스’ 에서도 그런 말이 있었습니다. 


“나를 비워야 성령님이 채우실 공간이 생긴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나를 앞세우지 않고 거꾸로 나를 비우며 내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면 그 속에 하나님의 뜻을 채워 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날 저녁 전화가 한 통 옵니다. 밥을 먹으러 오라는 거래처 사장님의 전화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전화인가?”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전화를 받습니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드라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도 불발입니다. 100번 거절을 당하면 추가적인 1번의 거절은 아무런 타격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전화에도 정성을 들이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배고픔은 0.0001mm의 작은 실 한 가닥에 온 몸을 거는 절실함을 가져다 줍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0.0001mm만큼 전진을 보태어 갑니다. 


글을 쓰는 11월 24일 현 시점에도 상황에 변화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좋은 뜻이 있고, 좋은 기술이 있고, 좋은 팀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돈이 없으면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합니다.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사무실이 필요하고 세금을 내야 하고 건강보험을 내야 하며 밥을 먹어야 합니다. 하지만 케노시스를 읽고 얻어가는 단 하나의 문장. 죽어도 까먹지 않을 단 하나의 문장. “나를 비워야 성령님이 나를 채울 공간이 생긴다”는 말씀이 살아가는 힘이 됩니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역설. 죽어야 살아진다는 역설처럼 강력하지만 쉽게 하기 힘든 것들. 


많은 것들을 비우고 새하얗게 태워버렸을 때 채워지는 무언가를 요즘은 느낍니다. 그냥 느껴집니다. 그게 돈은 아니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라는 사실들을 알겠습니다. 그 채워지는 것들이 절대 지워지지 않은 하나님의 함께하심이라는 증거라는 사실들을 알겠습니다.


마치 조건반사처럼, 하나님의 증거를 느끼기 위해 나를 비우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 주실 것을 기도드립니다. 배고픔을 찾게 해 달라고 기도 드립니다. 그 절실함을 잃었을 때의 상태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증거를 느끼기 위해 낮은 곳을 찾게 됩니다. 


물론 아직 자기 비움의 과정은 멀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완전히 다 비우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더 많은 권면이 필요할 것이고 더 많은 눈물과 고난과 일요일 저녁 월급날을 앞둔 사장님의 고뇌와 같은 무거운 책임감 속에서의 잠못 드는 밤들이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고통을 ‘나를 비워내는 기회’로 생각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마음을 (지금 이 독후감을 쓰며) 먹습니다. "비워야 채워진다" 라는 한 마디를 주신 이 책과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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