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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래디컬, 익숙함을 찢는 한권의 책. (둘로스, 목요 저녁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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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원종
조회 38회 작성일 25-11-2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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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해지는 책은. 마치 꽁꽁 숨겨두었던 내 밑낯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린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떤 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책을 덮고, 또 어떤 이는 깊은 감명을 받고 자신을 다시 돌아본다고 했다. 과연 나는 전자였을까, 후자였을까.


래디컬. 책 제목 그대로 이 책은 급진적이다. 적어도 이 땅의 보편적인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느낄 것이다. 저자의 메시지는 직설적이고, 진지하고, 때로는 과격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 책을 ‘급진적’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 은혜, 축복은 기쁘게 나를 위한 말씀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희생, 순종, 헌신은 은유나 상징으로 돌려버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씀’으로 넘기곤 한다. 이렇게 얄팍한 신앙 위에 무거운 돌덩이가 떨어지니 우리는 충격을 받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하셨던 사역은 그 자체로 ‘래디컬’이었다. 죄와 사망의 그늘 아래 빠져 있던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가장 급진적인 방법을 택하셨다. 


“이 뜻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거룩함을 얻었노라”(히 10:10). 


수천 년간 쌓여온 인류의 죄는 깊고도 깊었고, 그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몸소 어린양 되셔서 죽으실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급진적으로. 그래서 예수님을 따르는 일에는 죽음조차 각오하는 제자도의 무게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맹목적인 충성이나 무지성적인 복종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붙들고 있는 이 땅의 가치보다 더 크고 귀중한 하늘의 영광으로 시선을 돌리라는 초대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이라 자처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외면해왔던 이 진리를, 이 책은 강하게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을 덮고 많은 회개의 시간이 찾아왔다. 하나님께서 원하신 것은 단순한 행동이나 종교적 열심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나와의 친밀함이었다. 그분과 내 사이에 어떤 것도 끼어들지 않기를 바라셨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나만의 안락지대 안에서, 필요할 때만 하나님을 찾는 선택적 신앙 생활을 해왔던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래디컬은 나에게 한 가지 질문을 남겼다. 


“나는 정말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기독교 문화를 소비하는 소비자로 살고 있는가?” 


이 질문은 책을 덮는 순간 사라지는 종류의 질문이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신앙의 한가운데에서 나를 깨우고 흔들어놓을 물음으로 남을 것이다. 급진적인 제자도는 거창한 행동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아주 작지만 진실한 순종, 그리고 오늘 내가 들을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그 첫걸음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그런 ‘첫 걸음’을 다시 떼게 해준 고마운 일침이었다. 불편했지만, 그래서 더 필요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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